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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야 남는 선물 -루이스 하이드의 『The Gift』를 읽으며

작성자 사진: 주 상락
주 상락
10월 5일
1분 분량

딸아이가 첫 독서보고서를 보내왔습니다. 루이스 하이드(Lewis Hyde)의 『The Gift: Imagination and the Erotic Life of Property』(1983)에 대한 서평이었습니다. 책의 주제를 두고 함께 대화를 나누자는 부탁도 담겨 있었습니다. 딸아이의 글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봅니다.

하이드는 창작물과 생각을 상품처럼 쌓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순환하게 하는 ‘선물 경제(gift economy)’를 제시합니다. 그의 핵심 통찰은 선물이 소유되는 순간이 아니라 계속 흘러갈 때 생명력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물은 공동체적 유대를 만들어 냅니다.

저는 그의 ‘선물 경제(Gift Economy)’ 개념이 소비주의 사회, 그리고 소비주의에 물든 기독교와 뚜렷하게 대비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암묵적으로 작동하는 ‘Give and Take’의 논리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소비주의 기독교를 만들어 냅니다. 생각보다 소비주의 기독교의 사고방식은 오늘 우리 기독교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이드에 따르면 선물은 공동체 안에서 돌면 돌수록 그 가치와 영향력이 커집니다. 반면 상품은 거래가 끝나면 관계도 함께 끝납니다. 시장 거래는 사람들을 서로에게서 독립시키지만, 선물 교환은 정서적이고 공동체적인 유대를 형성합니다.

또한 어떤 선물은 받는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그런 선물을 받은 사람은 ‘감사의 수고(labor of gratitude)’를 통해 언젠가 그 선물을 다른 이에게 전하게 됩니다. 은혜를 받은 사람이 은혜를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이드는 “형제에게는 이자를 받지 말고 이방인에게는 받으라”는 신명기 율법(신 23:19-20)과 중세 기독교의 이자 논쟁도 다룹니다. 이를 통해 ‘공동체 안’과 ‘공동체 밖’을 가르는 선물과 시장의 경계를 분석합니다. 놀라운 점은 그가 기독교 학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를 지냈고, 이후 케니언 칼리지에서 창작 담당 석좌교수로 가르쳤습니다.

어제 예배 후 성도님들과 그리스도인의 일상의 삶, 곧 선교적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오간 이야기의 대부분은 선교적인 이야기라기보다 뼈아픈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성전 예배를 넘어 생활 예배자가 되기를 원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 『The Gift』를 읽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받은 선물을 움켜쥐지 않고 흘려보낼 때, 우리의 일상도 하나님의 선물이 흐르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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